소중한 것 지키기

2008.04.06 21:10

Joel Park 조회 수:8193 추천:91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잿더미로 변했다. 숭례문(崇禮門)은 조선시대 서울을 둘러쌌던 성곽의 정문으로 남대문(南大門)이라고도 부르는데 1396년(태조 5년)에 창건되었다.
  610년 역사를 가진 숭례문이 그동안 숫한 위기 속에서도 건재해 왔었는데 국가에 불만을 품은 한 사람의 방화로 인해 완전히 전소된 것이다. 불이 나던 밤 진화 현장에서는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이 긴밀하게 협조를 이뤄야 했지만 그들의 안이한 대처도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 되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국보 1호를 지키는 근무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복원작업은 3년가량 걸리고 예산도 200억여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는데 그런 것이었다면 당연히 잘 지켰어야 마땅한 일 아닌가?
  불타버린 숭례문 주변으로 경비원들을 뺑 돌아가며 세워놓은 것을 사진으로 보면서 “소 잃고 외양간 지키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들이 성금으로 다시 복원하자고 했다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시덥지 않은 모양이다. 무사안일주의로 관리를 소흘하게 하여 불타 없어지게 해 놓고서 국민더러 성금을 내서 재건하자고 하니 국민들은 “뭐, 우리가 봉인가?” 한다는 것이다.
  역사가 길지 않은 미국의 경우 유적이라고 해 봤자 기껏 200∼300년 묵은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최소한 500년은 지나야 좀 오래됐나보다고 하는데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든든하게 담아뒀던 그런 '자존심'하나가 어이없게 사라진 것이다.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남대문(숭례문)은 미국인들로 치면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존재였다. 비록 고층건물 그림자에 가려 있어도 600살 나이답게 주변의 콘크리트 건물들을 압도하는 당당함으로 기억돼 있었다.
  그런데 이제 고국에는 남대문이 없단다. 동포들은 고국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멀리서 많이도 지켜봤지만, 이처럼 어이없는 일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내 한가운데에서, 인적이 끊어진 새벽도 아닌 초저녁에 그걸 그냥 날려 보내다니...
  이웃 나라에서는 시골 동네의 조그만 집 한 채도 관리인이 지키면서 보존하는데 우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국가의 자존심도 그리 지키질 못한단 말인가?
  남대문 지붕에서 내려다보며 세상을 지켜왔던 어처구니(궁궐 건물이나 문루의 기와지붕 위에 한 줄로 늘어놓은 사람이나 동물모양의 흙 인형)들이 불에 타 버렸으니 말 그대로 어처구니가 없어진 격이다.
  그러면서 문득 우리 삶의 주변에도 분명히 중요한 것인데도 전혀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며 살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남대문만이 아닐 것이다. 부모님 손때 묻은 물건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들, 당연한 듯 누려온 그런 것들이 다 사람들 마음속의 남대문일 것이다. 있을 땐 모르다가 사라지고 나면 이리 휑하고, 허망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이든 세우고, 유지하는 일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망가뜨리는 일은 일 순간인 것을 어찌하랴! 너무도 쉽게 잃게 되기에 결과를 보면 허망하기까지 하다. 우리 삶의 주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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